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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5 이제 이별입니다
Korean Semantic Web Conference - 12월 4일
이제 이별입니다

노은


지난 겨울
우리들의 약속은
겨울 바다
그 시퍼런 가슴속에 묻었읍니다.

돌아설 때
내 가슴에 흐르던 서러움
그것은
바다보다도 더
시퍼런 빛깔이었읍니다.

모래 위에
지워진 많은 이름들
그 속에
화석으로 굳은 사연들
그리고
이룰 수 없는 약속들이
희게 부서지고 있었읍니다.

우리는 왜
돌아서면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할까요.
돌아서면 우리는
서로의 뒷모습마저도 볼 수 없읍니다.

발목에 와 부딪치는
바다는
흰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지우고
당신의 미소와
눈빛과
손짓을 지우고 있읍니다.

아닙니다.
송두리째
내 가슴을 지우고 있읍니다.

이제
이별입니다.

이별은 사랑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우리가 기쁨으로 일렁일 때
차마 헤아리지 못한
두번째 얼굴입니다.
당신의 뒷모습이며
서럽게 노을지는 내 가슴이며
지워진 우리의 약속입니다.


바다를 볼 수 없읍니다.
겨울 바다는 더욱
볼 수 없읍니다.
눈이 시리고
가슴이 시린 바다
손을 내밀면 저만큼
달아나는
바다
지워진 당신의 발자국 속으로 스며들어
어느새
내 가슴 안을 채우는 바다

돌아서고
돌아서도
발목을 휘감는 바다

바다는 이미 내 안에 있읍니다.
흰 손톱으로
추억을 할퀴며.

거억하나요.
그 겨울의 시퍼런 물결 위에
점점이 쏟아지던
흰 눈

그 겨울의 어둠 속에서
외롭게 빛나던
밤배들의 눈망울

바다에도 눈이 내리고
긴 밤을 지키는 소망이 있음을
그 떄
알았읍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바다
순하게 재울 수 없는
우리들의 바다

기억의 저편 기슭에서 부서지는
파도
그 서러움의 빛깔과
우울한 목소리
그 의미을 이제
압니다.

이별입니다.
돌아서면 우리는
서로의 눈빛과
목소리를
조금씩 잊게 될 것입니다.
손끝으로 이어지는 설레임과
침묵을 통해 오는 잔잔한 감동
그 소중한 기억들을
하나 둘
잊게 될 것입니다.

바다는 서서히
내 가슴의 기슭에서 물러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설레임도 감동도 없이 그렇게
내 가슴은
텅 빌 것입니다.

아닙니다.
손톱 하나
남을 것입니다.
다 잊고 웃으려 할 때
문득
가슴을 할퀴는
흰 손톱 하나
바다가 빠져 나간 그 휑한 자리에
남을 것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지워진
그 아픈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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