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는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암흑 에너지

외계인이 지구의 한 가정을 엿본다. 이 집안의 최고 권력자는 키가 작고 말총머리를 하고 있는 비교적 어린 세포를 가지고 있는 여성이다. 그보다 조금 더 크고 얼굴에 주름이 많아 보이는 다른 여성은 매일 그 어린 여성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빨래를 하고 거주지를 청소한다. 가끔 잔소리를 하지만 행동을 보면 영락없는 하인이다. 가장 키가 큰 남성은 이마가 벗겨지고 배가 불룩하다. 종일 개미처럼 일을 해 그 가정이 필요로 하는 모든 재원을 마련한다. 밤늦게 집에 들어오면 발뒤꿈치를 들고 걸어야 하며, 어린 여성에게 방해될까 봐 큰 소리도 못 낸다. 어린 여성의 행복을 위해 이 늙은 남성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동은 없는 것처럼 지내는 것이란다. 그런데 가족 증명을 보니, 나이 많은 남성과 여성은 어린 여성의 아버지이고 어머니란다.

이 가족에 대한 외계인의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드러난 중용한 인자, 즉 그들의 가족적 위치, 육체적 힘, 재정 능력, 대인관계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이 가족이 보이는 현재의 행동 양태는 이해하거나 설명할 수 없음.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선 뭔가 나타나 있지 않은 다른 분석 요소가 필요함. 우리는 일단 그것을 암흑 에너지라고 부르겠음. 추후 연구가 필요함. 이상.” 이 경우, 암흑 에너지는 ‘사랑’이었다.

이석영 `초신성의 후예` 중에서

남남 50

남남 50

– 조병화

인생은 몇편의 단편으로
이루워지는
장편

눈물과 웃음이 같이 흘러서
심심치 않은 이야기
마르지 않는 곳에
네가 있다

나의 생애는 그 속에 깔려
살아서 무덤
죽어서 무덤
무덤 속에서 죽음을 감도는
이 혼자

너와 나의 거리는
이웃이며
천리다

우주공간
빙 빙
떠서
노상 떠날 생각
보이는게 모두 무색이다

인생은 몇편의 단편
으로, 이루워지는
장편
그 한줄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