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린 날.
89년 11월 노찾사 5회 정기공연. 한양대 대강당
89년 첫눈은 11월18일 내렸다고 검색이 되는데, 노찾사 5회 공연일은 검색이 안된다.
I go where the wind takes me
첫눈이 내린 날.
89년 11월 노찾사 5회 정기공연. 한양대 대강당
89년 첫눈은 11월18일 내렸다고 검색이 되는데, 노찾사 5회 공연일은 검색이 안된다.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는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외계인이 지구의 한 가정을 엿본다. 이 집안의 최고 권력자는 키가 작고 말총머리를 하고 있는 비교적 어린 세포를 가지고 있는 여성이다. 그보다 조금 더 크고 얼굴에 주름이 많아 보이는 다른 여성은 매일 그 어린 여성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빨래를 하고 거주지를 청소한다. 가끔 잔소리를 하지만 행동을 보면 영락없는 하인이다. 가장 키가 큰 남성은 이마가 벗겨지고 배가 불룩하다. 종일 개미처럼 일을 해 그 가정이 필요로 하는 모든 재원을 마련한다. 밤늦게 집에 들어오면 발뒤꿈치를 들고 걸어야 하며, 어린 여성에게 방해될까 봐 큰 소리도 못 낸다. 어린 여성의 행복을 위해 이 늙은 남성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동은 없는 것처럼 지내는 것이란다. 그런데 가족 증명을 보니, 나이 많은 남성과 여성은 어린 여성의 아버지이고 어머니란다.
이 가족에 대한 외계인의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드러난 중용한 인자, 즉 그들의 가족적 위치, 육체적 힘, 재정 능력, 대인관계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이 가족이 보이는 현재의 행동 양태는 이해하거나 설명할 수 없음.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선 뭔가 나타나 있지 않은 다른 분석 요소가 필요함. 우리는 일단 그것을 암흑 에너지라고 부르겠음. 추후 연구가 필요함. 이상.” 이 경우, 암흑 에너지는 ‘사랑’이었다.
이석영 `초신성의 후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