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대한 평가 및 왜 네이버가 첫눈을 인수햇고, 검색엔진시장에 대한 견해가 잘 정리되어 있는 포스트인것 같다.
첫눈과 블로그 레벨에 대해
(이글은 민노씨의 트랙백에 대한 답글입니다.
이전에 트랙백을 보내주신 다른 분들께 써둔 글도 있는데,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해 비공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조만간 포스팅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어줍잖은 소개글에 민노씨께서 질문을 주셨습니다.
간략하게나마 답글을 적습니다.
1. 첫눈과 나루의 차별성 과 2. 첫눈에 대한 평가(?)
첫눈에 관한 이야기는 첫눈에 근무하셨던 분들은 물론이고, 첫눈에 관계되셨던 여러 분들께서 활발히 블로거로 활동하고 계시니,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제가 말을 꺼내기가 참 두렵습니다.^^
제가 아는 대로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첫눈의 스노우랭크는 “펌”(스크랩)이 활발한 한국의 웹 사용자 환경에선 중복된 정보일수록, 즉 많이 “펌”된 정보일수록 더 중요한 정보라는 가정에 바탕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구글이 페이지랭크로 웹문서의 중요도를 수치화하듯, 첫눈은 검색 결과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데 스노우랭크를 사용했었습니다.
사실 그 현실적인(practical) 발상은 물론이거니와, 첫눈(1noon)이란 브랜드도 정말 멋지게 지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검색과 연관되어 제 머릿속에 남아 있으니까요.^^
국내외 검색업계에 한참 전부터 암묵적 maxim으로 전해지던게 ‘1%의 시장만 차지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주에 뵌 분의 말씀에 따르면 미국에선 1%만 차지하면 1B$ 회사가 된다는^^…06년 기준으로) 그러나 첫눈은 아마 그것을 달성하지 못하고 (다들 아시다시피) 꽤 큰 금액에 네이버에 인수되는 것으로 끝맺음을 했습니다. 표면적으론 네이버가 검색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그리고 그를 통해 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첫눈을 인수했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구글의 본격적 한국진출에 앞서 한국의 검색관련 우수 기술자를 대다수 확보하여 진입장벽을 구축하려는 네이버의 전략으로 보았습니다. (진입장벽의 6가지 중의 하나이지요.^^ resource mobilization) 혹은 그래서, 최대의 batch head hunting deal이라니, 첫눈은 헤드헌팅 회사였다느니 하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여튼, 첫눈은 네이버와 유사한 통합검색을 제공했었습니다. 이를 위해 편집인력도 상당수 근무했었다는 세간의 소문도 있었습니다. 아마 첫눈이 독립된 서비스로 살아남지 못하고 네이버에 인수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첫눈이 참여했던 게임의 이슈도 있는 듯 합니다. 반면, 나루는 메인 페이지부터 네이버식의 통합검색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나루의 경쟁이라면, 네이버 자체라기보다 (지금은 유명무실한^^) 네이버 블로그 서치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raw data의 측면에서 본 것이고, 그것의 value proposition으로 본다면 다른 경쟁상대들이 있을 겁니다.^^ 여튼 크게는 어떤 게임에 참여했는가, 어떤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색결과를 제공하는가 라는 면에서 나루와 첫눈의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첫눈 사이트는 개선이 중지된 상태로 보이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더라도) 네이버는 애초에 말했던 목표를 추진 중일테니, 제가 첫눈에 관해 평가(?)를 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을 뿐 아니라, 제게 그럴 자격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첫눈이라는 기업이 애초에 한국의 상황을 고려한 독특한 방향으로 상상력을 발휘했던 점과 과점적 상태의 시장에 용기있게 뛰어들었던 시도는 높이 삽니다. 이 정도면 물어주신 데 대해 어느 정도 답이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혹시 제 글에서 사실 관계가 틀린 것이 있으면 아시는 분들께서 덧글을 달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블로그 레벨에 관해
사실 나루의 블로그 레벨 산정 기준이나 알고리듬에 관해서는 제가 정확히 아는 바가 없습니다. (알고 있다고하더라도 나루의 분들께서 먼저 공개적으로 말씀하시지 않는 이상 제가 말씀드리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여튼, 객관적으로 “좋은 블로그”가 더 주목을받아 “유명”해지고, 이에 따라 나루의 검색도 신뢰성을 높일 수 있기를 나루의 분들도 바라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나루가 “객관성과 신뢰도가 확보되지 않는 동안은 그 레벨 정책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기를 개인적으론 바라고 있습니다.” 라고 주신 말씀과 그 이유로 말씀해주신 사안들에 대해 저는 대부분 동의합니다. 사실 그 아래 적어주신 부분은 매우 근본적이고 깊이있는 질문과 상황인식이라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문제에 관해서는 백인백색의 의견이 있고 어떤 합일점을 찾기도 매우 힘든 일이겠지요.^^ 여튼 여기에 대해서는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제 생각을 조금 적어보는 것이 약간이나마 민노씨에게 제 견해를 전달해드려 결례를 피하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명쾌한 견해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어설픈 변명입니다.^^)
(현재까지) 저는 블로고스피어가 loose link로 이루어진 아나키적 상태인 것을 좋아하며, 거기에 가치의 근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블로깅을 하는 분들이 블로그에 대해 모두 같은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마치 현실 세계처럼 모두 무언가 다른 어떤 것을 위해 블로깅을 하고 계실 겁니다. 어떤 분들은 정말 애드센스만을 목적으로 스플로그를 만드는 것조차 개의치 않으실 것이고, 어떤 분들은 이미 아는 사람과의 관계를 더 잘 관리하는데에 목적을 두실 것이고, 또 어떤 분들은 현실에선 모르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목적을 두실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자신의 생각을 그냥 풀어내는 창구로 생각하실 것이고, 어떤 분들은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목적으로 글을 쓰실 것이고, 어떤 분들은 홍보의 창구로 이용하실 것이고, 어떤 분들은 현실에서 찾지 못하는 만족을 찾으실 것이고, 또 어떤 분들은 개인적인 일기로만 사용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어떤 것도 다 괜찮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사실 그 안에서 누군가 통제를 하고 거르기 시작하면, 자기검열이 시작되고, 불편해진 사람들의 자유로운 마음은 다른 곳을 찾아 둥지를 틀거라 생각합니다.
“속물근성을 자극하는 장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견해입니다. 누가 어떤 이유로 그것을 시작했던, 그것에 반응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것도 자연스레 솎아내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naive한가요?^^) 결국 “좋은 블로그”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사람마다 다 다를 수 밖에 없는 만큼, 그것을 어떻게 선정할까의 문제도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저는 어떤 가치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저 시장에 맡겨두고 볼 뿐..
저는 사람을 믿는 편입니다. 누가 어떠한 의도로 왜 어떤 일을 하는지 눈치빠른 분들은 다 알고 나름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무관심이 지표가 되지 않나 합니다.^^) 미투에 제가 썼던 글도 그 당시 블로고스피어에서 벌어지던 어떤 상황을 제 나름의 관찰로 해석한 느낌을 적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해하신 대로의 의미가 맞습니다.^^
(몇가지로 적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지고, 또 너무 적나라해져서^^ 다 자르고 이만큼만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미흡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