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별입니다

이제 이별입니다

노은

지난 겨울
우리들의 약속은
겨울 바다
그 시퍼런 가슴속에 묻었읍니다.

돌아설 때
내 가슴에 흐르던 서러움
그것은
바다보다도 더
시퍼런 빛깔이었읍니다.

모래 위에
지워진 많은 이름들
그 속에
화석으로 굳은 사연들
그리고
이룰 수 없는 약속들이
희게 부서지고 있었읍니다.

우리는 왜
돌아서면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할까요.
돌아서면 우리는
서로의 뒷모습마저도 볼 수 없읍니다.

발목에 와 부딪치는
바다는
흰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지우고
당신의 미소와
눈빛과
손짓을 지우고 있읍니다.

아닙니다.
송두리째
내 가슴을 지우고 있읍니다.

이제
이별입니다.

이별은 사랑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우리가 기쁨으로 일렁일 때
차마 헤아리지 못한
두번째 얼굴입니다.
당신의 뒷모습이며
서럽게 노을지는 내 가슴이며
지워진 우리의 약속입니다.


바다를 볼 수 없읍니다.
겨울 바다는 더욱
볼 수 없읍니다.
눈이 시리고
가슴이 시린 바다
손을 내밀면 저만큼
달아나는
바다
지워진 당신의 발자국 속으로 스며들어
어느새
내 가슴 안을 채우는 바다

돌아서고
돌아서도
발목을 휘감는 바다

바다는 이미 내 안에 있읍니다.
흰 손톱으로
추억을 할퀴며.

거억하나요.
그 겨울의 시퍼런 물결 위에
점점이 쏟아지던
흰 눈

그 겨울의 어둠 속에서
외롭게 빛나던
밤배들의 눈망울

바다에도 눈이 내리고
긴 밤을 지키는 소망이 있음을
그 떄
알았읍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바다
순하게 재울 수 없는
우리들의 바다

기억의 저편 기슭에서 부서지는
파도
그 서러움의 빛깔과
우울한 목소리
그 의미을 이제
압니다.

이별입니다.
돌아서면 우리는
서로의 눈빛과
목소리를
조금씩 잊게 될 것입니다.
손끝으로 이어지는 설레임과
침묵을 통해 오는 잔잔한 감동
그 소중한 기억들을
하나 둘
잊게 될 것입니다.

바다는 서서히
내 가슴의 기슭에서 물러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설레임도 감동도 없이 그렇게
내 가슴은
텅 빌 것입니다.

아닙니다.
손톱 하나
남을 것입니다.
다 잊고 웃으려 할 때
문득
가슴을 할퀴는
흰 손톱 하나
바다가 빠져 나간 그 휑한 자리에
남을 것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지워진
그 아픈 자리에.

돌하르방과 크리스마스 트리

지난 주말에 친구 어머니께서 세상을 달리하셔서 제주에 다녀왔다. 제주공항에 보니 크리스마스 트리옆에 돌하르방이 같이 서 있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  여러분 모두 메리크리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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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남남 중

때로 이름을 알고픈 사람이 있다
한동안 간직하고픈 이름이 있다
그러다가
무지개 사라지듯, 하늘에서
그렇게 잊고픈 생각이 있다
3만6천 피이트
태평양 구름 상공 위를
마냥 같이 나르다가
사라진 미소
호놀루루
아로아
하와이안 기타
나른한 살결
따가운 햇빛 가루
속에
오가는 길손
서로 사라지며
때론 이름을 알고픈 사람이 있다
한동안 간직하고픈 이름이 있다
그러다가
세월 사라지듯, 혼자서
그렇게 잊고픈 생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