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Mr. Memory
“하이미스터메모리”는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이제 막 데뷔 앨범을 발표한 어느 늦깍이 싱어-송라이터의 예명이다. 흥미롭다. 온갖 튀는 이름들이 난무하는 세상에, 밴드도 아닌 솔로 뮤지션이 여덟 음절이나 되는 호칭을 달고 다닌다는 것은 부담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스스로를 그렇게 부리리라고 작정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름은 정체성의 반영이다. 그는 아마도 자신의 음악을 개인적 기록으로서의 기억에 천착시키고자 결심한 듯하다. 과거의 기억들을 향해 거리낌없이 “안녕”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포용의 뉘앙스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이 나라 인디 음악계의 실상은 그에게도 어김없이 분노와 좌절의 시간들을 안겼을 것임에 틀림없지만, 기억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그저 담담할 뿐이다. 꺽이지 않는 의지와 만성화된 체념 사이의 어느 좌표에 자리잡은 듯한 그 목소리와 노랫말은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다.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의 데뷔가 그에게는 오히려 발전적 모티브로 작용한 덕분인지도 모른다. 기억은 경험의 산물이고, 경험은 시간을 요구하기 마련이니까. 관건은 그의 기억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회답할 것인가에 달렸다.
박은석/대중음악평론가